소송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존재 이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향하는 지점은 그리 거창하지 않을지 모른다. 직위가 다르고 조직에서의 책임이 다르더라도, 그 관계 속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최소한의 도덕인 법률로 만든 것이다.
실제 변호사로서 사건을 접하고 사실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면, 가해 행위와 피해 결과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경우보다 이게 과연 괴롭힘이 맞는지 애매한 경우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앞서 본 사례들처럼 여전히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사건을 최초로 접하는 법률가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만큼 변호사로서 가해자나 피해자를 상담할 때의 어려움은 점점 커진다. 직장에서 피해자가 스스로를 의심하며 괴롭힘이 맞는지 고민한 끝에 변호사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고 때론 주관적인 피해 감정이라 할지라도, 사건을 파고들다 보면 은폐된 괴롭힘 행위를 발견할 때도 있다.
가해자를 대리하여 변호할 때에도 선입견을 갖고 사건에 임하지 않는다. 가해자로 신고된 자들의 첫 감정적 반응은 억울함인데, 법원의 사건 진행에 따라 증거가 축적되고 사건의 실체가 반전하여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실제 회사에선 명백한 괴롭힘 가해자로 판단되어 징계까지 받았지만, 법원의 재판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게 되면 변호사로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앞에서 더욱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향하는 지점은 그리 거창하지 않을지 모른다. 이 법률은 누군가를 단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는 사실은 강조되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제76조의3 각 조항은 직장 내에서 구성원들이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도록 독려하고 처벌보다는 조화로운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한 자율적 합의를 강조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절과 선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하나의 규칙이 이제야 마련된 셈이다. 직위가 다르고 조직에서의 책임이 다르더라도, 그 관계 속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최소한의 도덕인 법률로 만든 것이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우리 인생의 터전인 직장에서 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엄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은 우리 현실에서 너무 멀고 매일 출근해야 하는 사무실은 가깝다.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일하는 우리들이 이 법률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안전하고 건강한 조직 안에서 일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